안경사인 A씨는 2018년 2월부터 같은 해 6월까지 총 3억5000만원 상당의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에서 판매한 혐의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콘택트렌즈 단독 판매법에 대해 2020년 3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했다.
헌재는 3년9개월의 심리 끝에 콘택트렌즈 단독 판매법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헌재는 “콘택트렌즈는 손상되기 쉬운 부위인 각막에 직접 부착해 사용하는 물품”이라며 “콘택트렌즈의 유통과정에서 변질·오염이 발생할 경우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심각한 건강상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콘택트렌즈의 전자상거래가 가능하면 안경사가 개설할 수 있는 안경업소의 수를 1개로 제한하는 의료기사법 취지에 어긋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콘택트렌즈 단독 판매법은 이재선 전 자유선진당 의원이 국민 눈 건강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대표발의해 2011년 10월 국회를 통과했다. 이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온라인을 통한 콘택트렌즈 판매는 전면 금지됐다.
그러다가 윤석열 정부 들어 허용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았다. 정부는 지난해 말 열린 제31차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민생 규제 혁신방안’ 167건을 발표하며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단계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7일 제34차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를 열고 ‘안경업소의 콘택트렌즈 판매 중개 플랫폼’의 실증 특례 업체 한 곳을 지정했다.
위원회는 실증 특례 지정 업체가 구매 이력이 있는 소비자를 상대로 온라인으로 구매 이력과 동일한 제품 판매를 중개하는 플랫폼 서비스를 운영하도록 허용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수순을 밟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사법부가 정부 정책과 엇갈린 판단을 내놓으면서 관련 업계에선 혼란이 일고 있다. 한 안경사는 “콘택트렌즈는 안구에 직접 접촉하는 의료기기로서 보다 엄격한 심사와 절차로 실증 특례 대상인지부터 검토하고 지정해야 한다”며 “정부의 실증 특례 지정은 이번 헌법 재판소의 판단과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행법이 모두 합헌이라는 전제하에 혁신 서비스를 위해 일부 금지조항에 대해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것이 규제샌드박스 제도의 취지”라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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